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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딸 휴대폰 우연히 봤다가 '기겁'[목요일 아침에] 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꼰대와 멘토

2012. 5. 19. 00:12news/Dail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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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핸드폰을 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들과 딸이 자신을 핸드폰에 '왕 짜증', '그 인간'이라고 입력해둔지를.

"띠리링~" 경쾌한 음악에 이어 고교생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것 같은데 있는지 좀 찾아봐 주세요."

소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던 아버지는 딸의 핸드폰에 뜬 발신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왕 짜증'

'왕짜증' 아버지서 '내 인생 챔피언' 으로

딸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자화상이 짜증만 한가득 나게 하는 존재란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도 잠시, 그렇다면 아들은 어떻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기어코 알아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억장이 무너진다. '그 인간.'

지식경제부 소속 해외 주재관의 경험담이 과천 청사에서 화제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직원 가족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렸다고 한다. 아버지를 '우리 집 꼰대'로 입력해둔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해외 주재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충격의 그날 이후 일년쯤이 지나 딸은 아버지를 '내인생의 챔피언'으로 바꿔놓았다고 한다. '꼰대'가 '멘토'로 환골탈태하는 순간이다.

비법이 궁금해 e메일로 그 공무원과 연락해봤다.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원인을 찾아내고 맞춤형 처방을 했단다. 아내와 분업해 자신은 칭찬과 격려만했다는 것이다. 일 핑계로 일주일 내내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가끔 아내로부터 딸 소식을 듣고서는 "너 이렇게 했다면서…"라는 식의 나무람이 대화의 전부였던 그였다. 안 봐도 짐작이 간다. 소통은 없고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가 어디 그 뿐이랴. 성적표라도 보기만 하면 벌컥 화부터 내지 않는가. 그는 딸이 대학입시에 떨어져 재수할 때를 하늘이 내린 기회로 여겼다고 했다. 행정고시에 떨어졌던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낙심한 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게 주효했다. 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면서 소원했던 부녀 관계는 풀리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불합리하고 억압적이라는 불만이 깊어지면 아이들은 마음의 벽부터 쌓는다. 소통은 그것으로 끝이다. 소통 부재의 불씨는 십중팔구 학업 성적이다. 어른 세대는 자신이 다니던 수십년 전 학창시절의 눈높이로 자녀들을 보는 경향이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청소년을 대하는 사고는 과거에 고정돼 있는 것이다. 급기야 "내가 너만할 때는 어쨌다"는 절대 금기까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아들과 딸의 눈에 이른바 '꼰대'로 비춰지는 순간이다.

눈높이 소통으로 공감 이끌어내야

청소년을 둘러싼 사회ㆍ경제적 환경은 20~30년 전 40~50대가 다니던 학창시절과 천양지차다. 학업만 해도 그렇다. 지금은 '닥치고'외우면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 아니다. 지금의 486세대는 졸업정원제라고 해서 대학 가기도 수월했다. 대입 논술고사를 한번 보시라. 대학생도 힘에 겨운 고차원의 사고력을 요구한다. 최근 발표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는 모든 세대 가운데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소는 역시 학업(83%)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공무원의 경험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꼰대와 멘토는 백지장 차이다.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 일방 통행이냐 공감이냐의 차이뿐이다. 자녀의 말부터 끝까지 귀 기울여 주자.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게 하자. 그것이 소통의 첫 단추고 멘토로 가는 길이다. 가족 소통 지수를 확인하고 싶다면 재주껏 아들과 딸의 핸드폰에 입력된 자신의 이름부터 알아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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